긴 긴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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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16회 작성일 21-08-17 07:51본문
긴긴 여로
내가 거기서 첫출발하던 날
작은 마을은 텅텅 비어있었고
살짝 드러누운 비탈 밭이랑에는
흰 눈이 광목처럼 널려있었다.
문어발처럼 뻗어 내린 산맥은
숫한 이야기들을 골짜기에 채웠고
그 속 에서 자라온 나는
자연이 준 심장으로 계절을 노래하였다.
꽃 비 내리던 오솔길과
단풍잎 쏟아지던 오르막길을
아무 목적도 없이 걸어도 행복했다.
눈이 퍼붓던 벌판을 움츠리고 걷던 날에는
여름 소낙비를 그토록 그리워했다.
느릅나무에서 속잎이 돋아나던 계절에
내 꿈을 백 척 가지위에 걸었고
늦가을 달이 호수에서 목욕하던 날에
콜럼버스의 후예가 될 것을 결심했다.
지독한 탐험의 세월은 낡은 일기장에 갇혔고
아슬아슬한 삶의 곡예들은
언제나 나를 새로운 세상에 세웠다.
긴 긴 여로에 이제는 기운이 빠졌지만
아직은 가득한 비경을 따라
마음에 작정한 그곳까지 걸어야 한다.
2021.8.16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개척이라는 것 듣기만해 그 아픔을
잘 모르지만 시향이 풍기는 귀한 작품에서
'내가 거기서 첫출발하던 날
작은 마을은 텅텅 비어있었고
살짝 드러누운 비탈 밭이랑에는
흰 눈이 광목처럼 널려있었다.'
'언제나 나를 새로운 세상에 세웠다.
긴 긴 여로에 이제는 기운이 빠졌지만
아직은 가득한 비경을 따라
마음에 작정한 그곳까지 걸어야 한다.'
대목에서 절로 머리가 숙여 집니다.
벌써 댓글을 달고 싶었는데 망서리다가
이제야 흔적을 남기면서 기립하여
큰 박수를 시인님께 드립니다.
앞으로 더 큰 주님의 사역을 담당하셔서
하나님의 큰 상을 받으시기를
주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늘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