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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가기 싫은 그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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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종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86회 작성일 21-08-22 12:28

본문


그토록 가기 싫은 그 길은

 -박종영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었으므로*

오래 잡아두고 먼 길 떠나지 못하는 
슬픈 하루였으니 우리 오늘,
소중한 생명의 의무를 함부로 다스리면 되겠는가.

꽃은 다시 피고 지고, 
소담한 열매 자기 몸뚱이 기억하며 곱게 열리는
저, 연인 같은 푸름을 보라.

살아 있으므로 
아득히 흩어진 허공중의 윤회를 손안에 쥐어보면,
마침내 느껴오는 깃털 한 조각
그게 목숨인 것을,

한 생애 어두운 그늘 제치고 
펼쳐지는 광휘의 하늘에 깃발을 달면
홀연히 바람 불어 잔잔한 물결 일어서고 
남루한 세월 소리 내여 흩어지는 낙엽 같은 인생길,

슬프고 가기 싫은 그 길은 언제나 내 몫인 것을...


* 이해인 시인의 친필서신에서 차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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