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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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81회 작성일 21-09-10 15:55본문
아스라한 추억
운두령에는 종일 비가 내렸고
미제 스리쿼터는 연실 헉헉거렸다.
낮은 구름은 숲에 연막을 쳤고
바람은 연실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그 꼬불꼬불한 산길을
해질녘 짐칸에 실린 나는
흘러내리는 빗물을 쫄딱 맞으며
봉평 어디로 가고 있었다.
지붕도 없이 짐짝처럼 실려
엉덩이에 물집이 잡힐지라도
걸어서 그 령을 넘지 않아 좋았다.
비켜 지나가는 차 한 대 없었고
망태를 맨 심마니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태우는 엔진 소리만
적막에 쌓인 산골짜기에 메아리쳤다.
우거진 숲에서 놀란 꿩들이 날고
일렬로 선 나무들만 일제히
여름비에 목욕을 감고 있었다.
내가 지나간 족적은 그 령에 없어도
내 기억 속에 그 길은 길게 누웠다.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이지만
살아보니 삶은 매일 버거운 령(嶺)이더라.
2021.9.10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비 오는 여름 평창 봉평 어느 고개를 넘던 추억이 생각나셨나 봅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백원기 작가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