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는 배롱나무 옆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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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는 배롱나무 옆에서
- 예솔 전희종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열흘을 가는 꽃이 없다지만
배롱나무 앞에 서면
그 말이 부질없음을 안다
初夏 태양의 프로포즈에
첫 마음을 열고
긴긴 여름 동안
뙤약볕과 격정적 사랑을 나누던 그대
가끔은 소낙비로 샤워를 하고
더 맑아진 미소로 빛나던 그대
태양의 체력이 점차 쇠락해져가고
산야는 가을 색으로 물들어가고
들녘엔 황금물결이 출렁일 즈음
꽃 한 잎, 잎사귀 한 잎
사이좋게 떠나가는 구려
그 백날 동안의 정열
그 백날 동안의 항심恒心
여름은 행복했어라
이제 무서리가 내리고
북풍한설이 와도
또 찾아 올 여름 태양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인내하리
댓글목록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백일의 치성을 다하고
찬 서리가 내릴 즈음
긴 여름동안 꽃잎은 사명을 다했으니
기약 없는 별리는 긴 그리움으로 남겠지요..
오늘 아침부터 백일홍 전지 작업을 하였습니다. *^^*
예솔전희종님의 댓글의 댓글

와! 청초 시인님, 백일홍을 키우시는군요.
소생이 매일 만보걷기를 실천하는 마을 뒷동산(우리 고장에선 '배산'이라고 부릅지요)자락에
있는 향교의 마당엔 족히 50년은 됨직한 백일홍 두 그루가 있어,
여름 한 철은 그 백일홍과 대화하는 재미가 쏠쏠하였는데
9월에 접어들면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온에 꽃들이 차츰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10월 중순에 이른 지금은 거의 낙회되고, 이파리 마져 한 잎 두 잎 떨어지고 있더군요.
그렇게 꽃의 사명을 다하고 긴 별리의 여정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허전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네요. 복된 날들 되소서.
恩波오애숙님의 댓글

서울에서 태어난 까닭에
배롱나무 꽃은 실제 눈으로는
한 번도 본적은 없습니다
단지 인터넷상에서만
하지만 이곳에 와서야
분홍빛의 배롱나무꽃을
가장 많이 가로수에서
볼 수 있어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여 배롱나무에 대한
시를 10 편이상 썼는데
이사오며 컴퓨터 데스크탑
분실로 인하 2013년 전의
작품은 다 분실했답니다
단지 시집 만들기 위해
이메일로 보낸 작품만이
남았을 뿐...아쉬운 것은
소설 썼던 몇 편 없어져
다리를 동동 굴렀던 기억
다행히 잔상에 남아서
하루동안 밤샘하여서
머릿 속에 있는 작품을
만들어 놓고 몇 주 동안
앓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그때엔 조금 더
지금보다 젊었기에 가능!!
세월이 참 빠르게 갑니다
백롱꽃이 지면 가을 창이
열리는 신호라는 게 실감!!
늘 건강 속 향필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