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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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17회 작성일 21-10-08 11:45본문
나무 한 그루
발과 다리가 있어야 걷는 것만은 아니다.
세월 위를 걸어가는 나무는 수족이 없다.
한 알의 씨앗으로 떨어진 자리가
운명의 발부리가 되어
죽는 날까지 그 자리에서 서 있지만
시간과 함께 부지런히 걸어간다.
여린 두 닢이 땅을 헤집고 나오던 날
아마도 거목을 꿈꾸었으리.
만고풍상을 겪느라 등은 굽고
껍질에는 소똥딱지가 앉았어도
우람하게 치솟고 뻗어나가
우러러봐야 하는 연륜의 흔적이 쌓였다.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향해 가는 존재는 아름답다.
쏟아지는 폭우와 깃든 노을과
가지를 밟으며 부르는 새의 노래와
하얗게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나무는 오직 한 자리에서 걸었다.
세월을 밟고 가는 존재들이
모두 성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의식의 세계를 소유할 때만 성장한다.
가을의 길목에 한 그루 거목
흰 구름이 그 위에 앉아 놀고 있다.
2021.10.7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노정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무는 한자리에 서 있어도 제 할일은 하나도 거루지 않죠
봄이면 꽃 피고 여름이 신록으로 피곤한 자 쉬어가게 하죠
가을이면 단풍잎 아름답죠
겨울이면 하얀옷 갈아입고 뽐내죠
때론 나무이고 싶습니다
가을이 아름답습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혜정 작가님 감사합니다.
누구나 자기 길을 가지요
나무들 역시 자신들의 운명의 길을 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