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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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인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21회 작성일 21-11-22 23:19본문
첫눈이 온다.
황달 든 플라타너스 잎들은
어젯밤에 내린 찬비에 거의 쥐어 뜯겼다.
아침부터 낮은 구름을 몰고 온 바람은
사납게 도시 공간을 휘젓는다.
시답지 않게 내린 첫눈에 나는 실망한다.
그리웠던 사람을 떠오르게 못 해서다.
이런 날은 첫눈에 흥분했던 추억까지
아스팔트에 곤두박질치게 한다.
낙엽들은 자기들끼리 한곳으로 모인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청소차에 실려 어디로 갈지 모른다..
간판들이 여기 저기서 흔들리고
옷깃을 세운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이런 분위기가 뒷골목을 점령하면
내 기억은 남가좌동으로 나를 데려간다.
고학시절 빈 주머니로 걸을 때
찬 바람은 시린 양볼을 할퀴며 지나갔고
가로등 하나 둘 붉을 밝힐 때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한 없이 걸어야 했다.
그 시절의 기억은 잊어야 하지만
은밀한데 숨겨 놓은 신경통 같아서
겨울바람이 불어오면 아픈 가슴이 부어오른다.
한 줄기 빛처럼 뇌리를 스치는 기억 중에
왜 아픈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를까.
마음속에 받아드리고 인출하는 내 정신 기능이
악에 물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다.
이천이십일년 십일월이십이일의 첫눈은
진짜 재미없는 영화같다.
2021.11.22
댓글목록
恩波오애숙님의 댓글
恩波오애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정말 재미 없는 영화 같겠습니다
은파는 눈을 맞아 본 적 20년 도 넘었기에
정말 그리움에 사무치는 마음이랍니다
그저 인공눈이나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마케팅 전략위해 쇼핑몰 옥상 꼭대기에서
뿌려주던 것 이외 그져 여행 중 눈덮인 산야
눈으로만 요기 했을 뿐 그게 다 랍니다
아드님은 시카코에 사시니 아마도 한국
겨울을 맛보고 사신다고 생각 됩니다만 은파
전혀 겨울이 없는 곳에 살아 겨울 어렴푸시
기억에서 맴돌지만 지금도 한강 칼바람에
종아리극 할퀴다 못하여 실핏줄이 터져
나갈 듯 한 기억들 하나씩 나곤 합니다.
가끔은 한국의 겨울이 무섭곤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요
또한 향필하시길 주님께 중보 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끔 첫눈이 내리는데
눈인지 비인지 진눈깨비인지 헷갈릴 때 있습니다
학창시절 어느 친구는 첫눈 오는 날 나갔지만
여자친구 사는 곳은 비만 내려 만나지 못하기도 했지요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해마다 첫눈이 주는 느낌이 새롭게
느껴져 기다리는데 아직 올해는
만나지 못했는데 시인님께서는
시답지 않게 내린 첫눈에 실망하셨네요.
오늘도 깊은 감명을 받으며 감상 잘하고
귀한 작품에 머물다 갑니다.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