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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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정민기
유리창 가까이 서 있는 나무가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창문에 나뭇잎 얼굴이
닿는다 닿으면서 힘에 얼굴이 짓이겨지며
찌그러지고 있다 찌그러지며 진물이 나와서
투명한 유리에 노을처럼 얼룩이 지고 있다
창고는 텅 비어 쓸쓸한데 창고 밖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나뭇잎은 이제 조금이라도 미동이 없다
끌려가 몽둥이찜질을 당해도 어쩜
이렇게까지 얼굴이 엉망일 수가 있을까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나뭇가지는
옆구리를 마구마구 쑤셔대고 있다 창문에
기대어 텅 빈 창고를 들여다보며 애원하듯
처절한 몸부림을 아무도 보거나 듣지 않는다
사나운 기세로 그 자리를 지키고 서서
시간이 나기라도 하면 기웃거리는 바람
나뭇잎은 나뭇가지를 풀고 달아날 수 없다
풀어 달아난다고 해도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
정민기
유리창 가까이 서 있는 나무가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창문에 나뭇잎 얼굴이
닿는다 닿으면서 힘에 얼굴이 짓이겨지며
찌그러지고 있다 찌그러지며 진물이 나와서
투명한 유리에 노을처럼 얼룩이 지고 있다
창고는 텅 비어 쓸쓸한데 창고 밖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나뭇잎은 이제 조금이라도 미동이 없다
끌려가 몽둥이찜질을 당해도 어쩜
이렇게까지 얼굴이 엉망일 수가 있을까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나뭇가지는
옆구리를 마구마구 쑤셔대고 있다 창문에
기대어 텅 빈 창고를 들여다보며 애원하듯
처절한 몸부림을 아무도 보거나 듣지 않는다
사나운 기세로 그 자리를 지키고 서서
시간이 나기라도 하면 기웃거리는 바람
나뭇잎은 나뭇가지를 풀고 달아날 수 없다
풀어 달아난다고 해도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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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恩波오애숙님의 댓글

처절한 몸부림을 아무도 보거나 듣지 않는다
사나운 기세로 그 자리를 지키고 서서
시간이 나기라도 하면 기웃거리는 바람
나뭇잎은 나뭇가지를 풀고 달아날 수 없다
풀어 달아난다고 해도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
녜, 시인님 잠시 가슴으로 머물러 봅니다
늘 건강 속에 향필하시길 기원해 봅니다
정민기시인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한 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