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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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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0회 작성일 22-03-23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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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타


 정민기



 모래톱에 걸터앉아 바닷바람을 맞는 어선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서걱거리는 삶이
 한쪽으로 삐딱하니 기울어져 있었다
 바다는 수평선에서부터 뭍으로 마음을 보낸다
 파도가 칠 때마다 서러움을 철썩 내뱉는다
 오아시스나 신기루가 보이기도 하지만
 모두 물거품으로 왔던 길로 돌아가고 만다
 짜디짠 패배를 맛보고도 차마 복종하지 못한
 갈증이 항해하다 돌아와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을 쓰디쓴 보약처럼 애써 넘기고 있다
 밤마다 밝은 달 웃음을 지으며 기다린 사랑
 기피제를 뿌려서라도 멀어지고 싶다가도
 파도의 힘으로 모래톱 위로 옮겨 놓는다
 어부를 태우고 바다를 항해하고 돌아온 저 어선
 날마다 너를 마음속에 파도로 쑤셔 넣으며
 서로 충돌한 적 없는 초코파이와 바나나맛 우유
 출항 시간이 다 된 몸속으로 탑승시키고 있다
 먹어도 먹어도 굶주림에 사나워지는 바닷바람
 차갑게 불어와 내 몸을 한 바퀴 돌더니 가버린다
 어선의 귓가에 노래를 던져주던 갈매기는
 또 어디로 날아가 삶을 낚아 올리는가
 홀로 풀어진 마음을 돌돌 감아 옆에 내려놓고
 오르막길 같은 모래톱에 어선처럼 오르고 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석양이 아름다운 형제섬 농원 펜션》 등, 동시집 《똥 빌려주세요》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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