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례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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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례청 [醮禮廳]에서 / 안행덕
원삼 족두리
홍의 대례복을 보는 내 눈이 시리다
내 살점 떼어내어 이슬처럼 고이다가
아직 여물지도 않은 것을
바람 앞에 내 놓았다
낯선 세상이 부끄러운 듯 꼭 감은 두 눈
무언가 먹어야 한다고 오물거리던 조그만 입
너무 작아 밥풀 같은 발가락
정말 숨을 쉴 수 있을까 걱정했던 작은 콧구멍
네가 태어나던 날 너무 신기해
보고 또 보고
살며시 작은 손을 잡아본 내 손에
따뜻함이 찌릿하게 전류처럼 흘렀었지
어느덧 자라
어미 품을 매미 허물처럼 벗어놓고
제 짝을 맞이하는 어엿한 새 각시가 되었구나.
연지곤지 바르고
족두리 수술이 파르르 떠는 너를 보는데
한쪽 가슴은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데
한쪽 가슴은 왜 이리 허전하고 시린지
너도 네 새끼 낳아 키워봐라
그때 에미 속을 알리라고 하시던
그리운 목소리가 귓전에서 이명처럼 맴돈다
시집 『꿈꾸는 의자』에서
댓글목록
♤ 박광호님의 댓글

"너도 네 새끼 낳아 키워봐라"
부모님으로부터 그 말씀 듣고 자란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군요!
사모의 정이 깊이 밴 귀한 글에 감사히 머물고 갑니다.
안행덕님의 댓글의 댓글

박광호 시인님 반갑습니다
세상이 하도 수상하니
타국에 사는 자식들이 늘 걱정입니다
갑자기 더워진 늦은 봄날 건강하세요....^^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초례청에서 딸과 어머니
제 짝을 맞이하여 어엿한 새 각시가 되어
연지곤지 바르고 시집가는 딸을 보는
어머니 마음을 눈물이 나도록 잘 묘사해
주셔서 저도 뭉클해 지면서 감명 깊게
감상하고 귀중한 작품에 머물다갑니다.
안행덕 시인님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휴일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안행덕님의 댓글의 댓글

김덕성 시인님 반갑습니다
작식이란게 품안에 자식이라더니
다 크면 훌쩍 떠나가니 .........
참 아쉬운 부모 마음 ~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건강 챙기시고 건안 건필 기원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결혼하는 자식을 내보내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부모의 마음일까
아이 둘 낳아봐야 부모 심정 헤아리듯
내리사랑의 1/10만 갚아도 효자 소리 듣는다고 하지요
행복 가득한 오월 보내시길 빕니다~^^
안행덕님의 댓글의 댓글

안국훈 시인님 반갑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부모 자식 사이는 변하지 않지요
늦은 봄 날 여유롭고 행복하세요......^^
예향도지현님의 댓글

품 속에 두고 보던 시절도 지나고
아가새 이소 시키듯 보내야 하는 심정
다 부모가 되어 자식을 보내야 할 때
엄마의 심정을 알아 주겠죠
귀한 작품에 마음 함께합니다
더위에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 주 되십시오^^
안행덕님의 댓글의 댓글

도지현 시인님 반갑습니다
다 부모가 되어 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합니다.....^^
점점 더워 지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박종영님의 댓글

감동의 글에 마음을 놓고 갑니다. 시인님.//
안행덕님의 댓글의 댓글

네 ㅡ
박종영 시인님 반갑습니다
변함없이 찾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점점 더워지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