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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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 / 淸草배창호
하늘 치솟은 초록의 얼굴엔 눈이 부신 데
똑 부러진 성깔이 어딜 가겠느냐마는
허파 속까지 맑게 들키며
네게 가는 동안
내리쬐는 햇살에도 도무지 겁이 없더라
풀어헤친 풀물도 동색인지라
하늘 겨눈 도도한 바람처럼
마치 단아한 반석 같아서
게의 치아니 한 사념思念들이
오뉴월 하룻볕이 무섭긴 무섭다
지난날 지지리도 가난했던 보릿고개,
보리사리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내 널, 탕진하고 말
기억하지 못하는 곳으로
거두어 간다고 해도 서러운 건 아니다
풀피리 부는 이랑마다
감자꽃만 흐드러질 터인데
배곯음에 질겅질겅 씹어 먹던
노란 꽃술이 파르르 저미는
찔레꽃 애환을 보니 왜 눈물이 나는 걸까.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지난 날 해마다 찾아오는 보릿고개
굶주림으로 사람을 울리던 생각납니다.
겨우내 눈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 강직해 보이고 성깔 있는 청보리
정말 단아한 반석 같습니다.
오뉴월 하룻볕이 무섭긴 무섭습니다.
청보리를 섬세하게 묘사해 주셔서
귀한 작품을 감상하며 머물렀습니다.
淸草배창호 시인님 감사합니다.
한주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어린 시절 보릿고개가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먹는 게 넘쳐 버려지는 세상
요즘 들어 점차 청보리 구경하기가 힘들어지는데
고생하며 일군 땀방울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