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 그리 살고 있더이다 / 최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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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 그리 살고 있더이다 / 최영복
엊그제 초목에 싹이 트고
잎이 자라더니 잠시 숨 고를 사이도 없이
연달아 피던 꽃들은 바람 따라 멀리멀리
전해오는 그 향기 아직도 끝이 없건만
내 임의 향기는 어디쯤에 있을까
오겠지 오겠지 애타게
기다리다 기다리다가 그리 살다
차츰 무심도 하니 언제쯤은 만나겠지
그렇게 반신반의하게 뒵디다
그렇다고 한번 묶은 정 어디 갑디까
아무리 무디게 무심하게 사는듯해도
눈 감으면 물안개처럼 아련하게
떠오르는 날 많고 많습디다
허전하다 싶을 땐 햇빛 좋은 날
한적한 길섶에다 두 다리 쭉 뻗고 앉으니
마르고 갈라진 마음 사이사이
풀 향기 꽃향기 붉은 핏물처럼 돌고
어제와 변함없이 따뜻하게 뛰는 가슴
활짝 열어젖히니 이성도 감성도
화폭에 인생사를 담아내는 화필인 듯
나 그리 그리 살고 있더이다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오겠지 오겠지 애타게
기다리다 기다리다가 그리 살다
차츰 무심도 하니 언제쯤은 만나겠지"
오겠지 오겠지 애타게 기다리는
것이 인생사가 아닌가 합니다.
비록 기약은 없지만 언제쯤 만나겠지
하고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가 합니다.
나 그리 그리 살고 있더이다
귀한 시향에 감상하며 머물렀습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한주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