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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이여, 너는 오늘로써 나 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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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회 작성일 22-07-31 16:58

본문

 무등이여, 너는 오늘로써 나 이거라


 정민기



 무등 아래 도사리고 있던 바람이
 호랑이처럼 네발로 무등을 걸어 오른다
 입안 가득 우렁찬 고함을 여러 개 달고
 주상절리대를 바라보며 피리를 불고 있다
 바람을 타고 나는 두발로 무등을 오른다
 너덜너덜 먹구름이 빗방울 잉크로 써 내려간
 편지를 바위에 앉아 읽으며 땀을 닦는다
 싹이 튼 새들의 둥지에 새소리가 자라난다
 증심사 마당에 서서 둘러보는 바람의
 눈빛이 반짝 빛나고 있다 둥지에 앉은
 어린 새처럼 무등의 품에 안기니 아늑하다
 밤새도록 뒤척이더니 낮잠 한숨 안 자는 무등이여,
 낮달은 벌써 머리 꼭대기에 올라 쉬고 있다
 무등산에서 만난 푸른 손길의 나무들
 그 다리를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
 발 앞에서 바람 따라 꾸벅거리는 야생화
 나는 무릎을 굽혀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무등 아래로 빛고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서남북 어느 곳에서나 고름처럼
 터져 나오는 새의 울음소리는 적막을 깨운다
 사계절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는다
 무등이여, 너는 오늘로써 나 이거라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꽃들의 역사》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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