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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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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동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7회 작성일 22-08-10 10:27

본문

어떤 날


바싹 마른 봄에 물을 줍니다
갈라진 입술 사이로 빗물이 쏟아져
오므라든 귀 둥글게 펴지면
쑥쑥 안개의 노랫가락 커져 옵니다
어느 날 떠난 가지 끝 나뭇잎의 경련 같이
베란다 밖 하늘을 빠는 새순 같이

내 안에 갇힌 봄은
아파트 풍경으로 흔들리다가
동백나무 나뭇잎에 고인 울음을 삼킵니다
아득한 수액의 발자국 따라
화분 속 우주의 뿌리로 숨었다가
염주알 같은
눈 슬그머니 뜹니다

화분의 빈틈으로 흘러들어 고이는
지난날들은 기지개를 폅니다
집으로 돌아올 봄길 따라 가로등을 켜고
유리창 밖 흩어지는
기억을 불러들입니다

삶의 틈새는 좁아서
누군가의 눈물이 지나간 자리는
몸살보다 서럽고 아픕니다
밤사이 빗줄기 그치면
동백나무 줄기마다 울음이 차올라
붉은 꽃을 피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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