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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집게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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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회 작성일 22-09-27 17:48

본문

 나비 집게 핀


 정민기



 올림머리에 나비 집게 핀을 하면 어울리는
 그런 여자가 코스모스를 보고 있다
 가을바람에 꽃잎이 올림머리처럼 위로 향하자
 나비가 날아와 앉는다, 시리도록 푸른
 에메랄드빛 하늘에 구름이 띄엄띄엄 흐른다
 이런 날은 혼자라도 해변에 앉아 치킨을
 단풍이 든 것처럼 노을이 물든 것처럼
 양념으로 한 마리 콜라 한 병에 뜯고 싶다
 하늘에서 누군가 무심코 던진 빗방울 하나가
 사정없이 꽂히는 날이 더러 있기는 하다
 코스모스 꽃밭에 진열된 나비 집게 핀을 하나
 고르려다가 노을이 지고 있어서 그만두었다
 편한 자리보다는 조금은 불편해도 난 상관없다
 늙고 힘없는 이파리가 결국 나뭇가지를 놓고
 굶주린 들개처럼 게걸스럽게 땅바닥을 핥는다
 올려다본 하늘은 어제처럼 새파랗게 질려서
 금방이라도 구름을 떨어뜨릴 것만 같다
 노을이 떠나면서 외로울까 봐 저녁을 두고 간다
 코스모스 꽃잎에 진열되었던 나비 집게 핀은
 어느새 다 판매되어 바람이 퇴근하려고 한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거금도 카페 신촌 브루》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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