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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라도 내게 바삐 오고 싶으시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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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6회 작성일 22-11-25 07:29

본문

 행여라도 내게 바삐 오고 싶으시거든


 정민기



 동행하는 부엉이의 거친 붓은
 북극성 빛에 헤매고 있다 독거하는 바람이
 사방에서 몰려오는 늦가을 밤
 나무가 철거되어
 이제 앉을 수 있는 그루터기만 남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낙엽은
 마당을 돌며 쓸고 있다
 결별한 낙엽을 줍는 이른 아침 해의 기억은
 불현듯 떠오르고
 안부는 꿈속을 빠져나와 거리를 걸어 다닌다
 떨어진 달빛을 거두어 가는 늦둥이 바람
 단풍이 노을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돌아다보면 문득 병든 사랑이 가까이 와 있었다
 물안개는 첫눈처럼 기억을 녹여버리고
 노래나 부르자며 갈매기를 살살 달래고 있다
 요즘에는 나그네의 천적인 비가 달려들지 않는다

 행여라도 내게 바삐 오고 싶으시거든
 거북이보다도 더딘 그리움으로 오시오
 새벽이슬 떠나는 거 보려거든
 구름의 비처럼 꽉 찬 속을 비우면서 오시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추수 끝난 들판을 위한 노래》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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