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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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 밤
호월 안행덕
마른 바람이 삭정이를 흔들며
외로운 듯 천천히 지나가는 밤
동지 팥죽에 생의 무딘 이야기 한 술
집어넣고 휘휘 저어본다
수없이 길어 올리고 풀어낸
세월이건만
긴긴밤, 동짓날 밤은
어쩌라고 잠마저 달아나는지
눈처럼 흰 새알심에 달달한 맛
촉촉이 젖어들던 그 옛날
붉은 수수 빛깔 술 한 모금에
세상이 다 내 것인 줄 알았지
어둠을 지우며 또 새날이 온다며
곡절 많은 사연일랑
달아나는 밤바람에 던져주고
아늑하고 따듯한 고향으로
돌아오라 말하던 내 어머니
그리움이 가득 담긴 팥죽 한 그릇
하얀 새알심을 헤아려 보는데
섬섬閃閃히 늑골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리운 바람 소리 들리는 밤
시집『바람의 그림자』에서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그리움이 가득 담긴 팥죽
저도 어머니와 함께 그리워 지면서
귀한 작품에 감상 잘하고 갑니다.
겨울철 건강유념 하셔서
행복한 주말되시기를 기원합니다.
湖月님의 댓글의 댓글

김덕성 시인님 반갑습니다
자주 못 들려도
이렇게 반가운 댓글 감사합니다
안녕하시지요?
벌써 올 한해도 저물어가네요
해가 저물듯 인생도 저물어가니
아쉬운 추억만 그립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