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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커피가 오는 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05회 작성일 22-12-11 08:45

본문

 블랙커피가 오는 밤


 정민기



 단감 같은 달이 뜨는 밤 블랙커피가 왔다
 없는 여자가 생기기라도 한 듯
 형광등을 끄면 얼마 동안 잔불처럼
 희뿌연 감동이 머물다 가는 뒤끝에 별이 떴다
 블랙커피 한 잔 천천히 마시면서
 블랙홀 구멍에 빠진 여자를 기억하고 있다
 어두운 새들의 깃털이 모여 슬픔을 나누고 있었다
 중얼거리는 입은 물병자리에서 떨어지는
 물을 꾸역꾸역 마시고 고요 속으로 터벅터벅
 낙타 한 마리를 타고 들어가고 있다
 별을 푸는 새벽녘에 하필 눈이라도 내리면
 별똥별을 맞은 듯 성격이 괴팍해졌다
 새벽에 우는 닭 소리가 끈질기게 뒤를 따라오고
 블랙커피를 마신 잔은 아쉬움을 떨구고 있다
 바다처럼 파도가 친 듯 밤이 부서지고
 그 속에서 아침이 앓는 소리를 내며 기어 나왔다
 밤의 종점에서 눈동자에 눈물을 싣고 와서
 아침에 야단치며 밖으로 내다 놓았다
 간밤 마셨던 커피잔을 씻어 뒤집어놓기가 바쁘게
 뒤집어진 거북이가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식탁에 아침을 올려놓고 허겁지겁 먹는 동안
 찬 바람은 가난한 사람처럼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천재적인 시인이라고 해도
 나는 그저 블랙커피 속의 한낱 어둠일 뿐이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내 사랑도 어느 곳에서 그냥 지나치리라》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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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밤하늘을 보면
붉은 보름달을 만나게 됩니다
밤마다 블랙커피 마시는 사람이 있듯
그리움에 밤마다 뒤척이는 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한 주 맞이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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