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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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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갈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3회 작성일 22-12-25 10:25

본문

큰어머니 / 정건우

큰어머니가 어렵다 한다는 전화가 와서

충남대학병원으로 올라갔다

창가에서 굽은 등을 말리시던 큰어머니는

겨우 뜬 초승달 눈썹으로

서방님한테는 미안해서 죽기도 어렵다고만 하신다

말라붙은 볼우물 혀끝으로 퍼올리면서

옛날 살붙이들 호명할 때마다 목을 놓으시는데

아버지와 삼촌과 네 고모

먹이 보고 몰려드는 피라미 떼 같은

그 파릿파릿한 지느러미들이

역광 속에서 더욱 생생해지는 눈 그늘에

온통 이슬로 총총한 것이었다

열아홉 먹은 새색시 가슴에 한가득했던 게

저녁샛별도 그때는 망연한 근심

보낸 것인지 떠난 것인지 묻지 않았던 시간 속에서

모두 갈 것이고, 어언간 조카도 이만큼 늙었다

문화 류씨 경희 여사는 손등도 곱네

조카는 웃으면서 우는데

울음 끝마다 웃으시는 큰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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