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은 아마 단풍이 태어난 고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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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은 아마 단풍이 태어난 고향일 것이다
정민기
이 땅의 냄새가 이유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개 짖는 소리처럼 할 일 없어 뒹굴뒹굴하다가
등불처럼 환한 지난가을 단풍 아래
밀리고 밀려 여관 밖에서 신청곡처럼
잠을 청해 듣다 보면 밀린 설거지 따위는
이발소 회전의자에 앉아 있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벌초가 되듯 아무것도 아니었다
솥 밑바닥만 박박 긁는다고 누룽지가 나오랴
마음을 긁는다고 실연당한 사랑이 또다시 오랴
간판이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비슷비슷하다
다이어트하는 바람이 알몸으로 거리를 다닌다
구두가 길을 건너기 전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낚시하는 사람이 망부석처럼 바다만 바라본다
달의 마음이 우물처럼 깊어만 가는 어두운 밤
별들이 이별하는 방법을 배우며 반짝거리고 있다
떠돌이 바람이 낡고 오래된 악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나뭇가지로 나뭇잎을 드럼처럼 치며 노래한다
가난을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지겨운 사람
아이를 밴 여자가 태아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걸어 다니는 유모차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쓰라린 보약 같은
마음 한 잔 끓이며 거리를 걷는 남자가 있다
눈물로 밤을 지새운 날이 얼마나 많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호우주의보가 이어지는가
개가 사라진다고 개 같은 날도 없어지겠는가
나무를 떠나 내게 온 나뭇잎이 모두 다
하나같이 마음을 바스락거리며 말라간다
노을은 아마 단풍이 태어난 고향일 것이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내 사랑도 어느 곳에서 그냥 지나치리라》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정민기
이 땅의 냄새가 이유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개 짖는 소리처럼 할 일 없어 뒹굴뒹굴하다가
등불처럼 환한 지난가을 단풍 아래
밀리고 밀려 여관 밖에서 신청곡처럼
잠을 청해 듣다 보면 밀린 설거지 따위는
이발소 회전의자에 앉아 있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벌초가 되듯 아무것도 아니었다
솥 밑바닥만 박박 긁는다고 누룽지가 나오랴
마음을 긁는다고 실연당한 사랑이 또다시 오랴
간판이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비슷비슷하다
다이어트하는 바람이 알몸으로 거리를 다닌다
구두가 길을 건너기 전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낚시하는 사람이 망부석처럼 바다만 바라본다
달의 마음이 우물처럼 깊어만 가는 어두운 밤
별들이 이별하는 방법을 배우며 반짝거리고 있다
떠돌이 바람이 낡고 오래된 악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나뭇가지로 나뭇잎을 드럼처럼 치며 노래한다
가난을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지겨운 사람
아이를 밴 여자가 태아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걸어 다니는 유모차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쓰라린 보약 같은
마음 한 잔 끓이며 거리를 걷는 남자가 있다
눈물로 밤을 지새운 날이 얼마나 많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호우주의보가 이어지는가
개가 사라진다고 개 같은 날도 없어지겠는가
나무를 떠나 내게 온 나뭇잎이 모두 다
하나같이 마음을 바스락거리며 말라간다
노을은 아마 단풍이 태어난 고향일 것이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내 사랑도 어느 곳에서 그냥 지나치리라》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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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단풍잎 떨군 나무엔
하얀 눈꽃이 피어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아
한겨울 추위도 그리 나쁘지만 않습니다
마음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정민기시인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연말연시 보내세요.
갈매나무님의 댓글

제목 자체가 멋진 시입니다^^.
정민기시인님의 댓글의 댓글

부족한 시이기에 부끄럽습니다.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