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問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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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問喪 / 정건우
친구 마누라가 죽었다야
술 마신 참에 약 먹었다 아니란다 참 말도 많더라
개호로 새끼 비스름한 상주 화상?
구석에 처박혀 죽은 이름 꺾어 외다가 나자빠지더라
이제 환갑 될 여자가 저 꽃 속에서 웃다니
흰 국화 첩첩 싸 바른 영정 한복판
터널에 흘린 것 같은 사진 위로 환장하게 꽃이 지더라
왜 있잖나, 백미러에 비치는 점선 같은
끝도 없이 당겨 오다 순식간에 뒤로 내빼는 추월선같이
뚝뚝 끊어지는 통곡 속에 꽃이 지는데
살 일이 엊그제 일 같을 거라서 그냥 나왔다
쌈 말리는 내 어깨에 이마를 박고
이젠 안 와도 된다고, 미안했다고, 한참을 울더라만
오줄없는 저 인물은 안 보고 살 재주가 있나?
엎어지거나 뒤집어지거나 절도 안 하고 나왔다.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문상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 위트가 드러나 보입니다.
좋은 연말연시 보내세요.
안국훈님의 댓글

불쑥 전해지는 부고에
문상을 가노라면
수많은 기억 속에 안타까움과 허무함이
교차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 아껴주며 존중해야 아름다운 세상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