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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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安이석구
햇살도 버겁게
틈새 비집는 우거진 숲
천상의 춤을 재현하듯
작은 다람쥐 하나가 폴짝 날아올랐다
하늘의 빛은 무대 바위를 영롱하게 장식하고
깊게 드리운 어둠의 벽 너머에서
통 튀어 오른 다람쥐는
작은 풀과 나무와
그리고 주변을 배회하는 살랑이를 관객 삼아
말 없는 연극을 시작하였다
그대 사랑하오
살아가면서 우리
그 영혼 없는 말이 무에 그리 필요한가
적적함을 닦아 주는 당신의 손길 하나 표정 하나가
저 깊은 고독의 심연에서
나를 더욱 흐느끼게 하는 것을
낮도 밤 같은 곳에서
솔바람 선창으로 떨림을 시작하면
흥에 겨운 산새들 좋아라고 조잘대고
이따금
발정 난 고라니, 멧돼지가 화음을 넣을 뿐
오롯이 적막하기만 한 숲
통하고 튀어 오른 다람쥐 한 마리가
황홀하게도 시방
나를 울리고 있다
댓글목록
갈매나무님의 댓글

햇살도 버겁게 틈새를 비집는 섬세한 시선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반갑습니다.
休安이석구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네요.
가는 해 잘 마무리하시고, 오는 해 행복으로 맞으시기를 기원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