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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 / 정건우
안동 가는 이 차선 지방 도로에서
아까부터 깝치듯이 내 뒤를 바짝 붙어 따라오는
저 차 정체가 도대체 뭐냐
달아나면 쫓아와 간격 좁히고
브레이크 밟으면 숨길을 딱 끊고 울컥 놀라니
저 차는 날 어르고 있는 게 틀림없다
백미러에 비친 차 번호판이 구일사오
내 차는 오사일구
어쩌다 그와 내가 이 텅 빈 도로를 어깨 맞대고
나란히 동무하며 가고 있다
대칭된 숫자를 매달은 인연 하나로
여태껏 나를 따라와
내 가속 방식을 힐끔거리는 사람아, 그대 또한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뒤집는 또 다른 내가 거리를 헤매며
여기저기 막 싸질러 구석에 처박힌 정신들을
수습하러 나섰는가
천덕꾸러기로 어두운 골목을 헤매다가
어느 폐가 담벼락에 떼다 만 광고지로 붙은 채
찬서리를 뒤집어쓴 네 상표의 바코드 해석이 궁금하신가
그대도 나처럼 속병이 많은 사람이구나.
댓글목록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속병이 많다는 건,
그만큼 사유할 건덕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詩人도
어쩌면
아니 천태만상인 것 같습니다
계묘년에는
빛나는 옥필 가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