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일러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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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休安이석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77회 작성일 23-01-03 06:52본문
다만 일러줄 뿐
休安이석구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일러줄 뿐
어떤 것도 선택은 너의 몫인 것을
어머니도 그랬으리라
마음에 담아둔 바람들
겁 없이 내보이시든 젊은 시절 있으셨으리라
듣고 흘리고, 듣고 흘리고
오랫동안 자식에게 당해왔던 그 상처들이 진하게 엉켜
언젠가는 돌만큼이나 딱딱한 관솔로 굳어졌을 어머니
삼백예순다섯 날을 참고 또 참으시다
바람 쉬이 드러내지 않으리라, 체념하셨을 어머니
가슴 저 바닥에서 삭히고 삭혀온 기대가 썩은 퇴물로 울컥 솟아
가끔은, 작은 불똥 하나로도 활활
그것도 한 백 년쯤은 너끈히 타고도 남았을 어머니
오늘도 외로운 바랑 하나 짊어 메고
산소골 언저리를 침묵으로 서성이시는 걸 보면
그렇게 터득하셨음이 분명하다
나도 이제 그렇게 닮아
다만 일러줄 뿐
바람은 바람대로 그냥 묻는다, 가슴에
댓글목록
정건우님의 댓글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부모님 다 떠나보내고 나니 회한과 후회와 몽매무지로 괴로웠지요. 여기에 고스란히 있네요.
休安이석구님의 댓글의 댓글
休安이석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정건우 시인님!!!
공감하는 분이 계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