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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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2 / 정건우
-금연
그러다가 택도 없는 선배한테
여자를 뺏기고,
다들 손가락 끝에 장을 지진다며 열에 아홉,
어느 시골의 폐가나 헛간에서
애꿎은 목이나 매달을 것이라던 나를
멀쩡하게 돌려세운 것도 결국 너였다
새 여자 만나고, 애를 낳고, 이만큼 늙어
휘돌아 나오던 내 생의 굽이굽이에서
도장을 찍을 때마다, 너는 나보다 더 간절해하였다
너는 확실한 내 주변머리의 다른 이름이었다
울고 웃으며 불렀던 빛나는 이름과 눈 시리던 주소들
내 입술에 뜨겁게 새긴 것도 너였다
그러다 끝내 가슴이 문드러진 내가
내 생애 전체를 짊어진 아픔의 무게로 널 사르며
뜻 없이 내려다본다
어느 생명의 끝이 너처럼 붉었더냐.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깊어가는 겨울밤만큼 깊은 시심의 언어,
꿈틀거리는 시상이 돋보입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는 건
또 다른 사랑이라 하듯
흡연도 나름 순기능은 있지 싶지만
주변 사람에게 피해가 있다니 조심할 일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노장로님의 댓글

처음 올린글에 관심보여주시니 참감사합니다
늙은이 놀이의 장이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담배
우리 조상들이나
지금 현재의 그 자손들이나
담배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름이라는 이름이 붙겠지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