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이 사내를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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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이 사내를 삼키다 / 노장노 최홍종
사내는 동네어귀에 와서 먼저 휘 둘러 본후
슬쩍 담벼락에 개 시늉을 먼저 해 놓고
조금 지나 전봇대에도 한 쪽 다리를 들고 찔끔거린다.
이것이 좋은 미봉책彌縫策이라 굳게 믿고 있다.
쫙쫙 삘 던 담배꽁초를 멋 부리듯이 휙 날려 보내고
고래고래 목청껏 외치던 유행가도 숨을 삼킨다.
시치미를 떼고 면허취소 수준은 아니니
이 골목에서 정신 줄을 놓아서는 안 된다
얼마 전 한 친구가 이곳에서 실종되었다는 소문이고
엉금엉금한 담벼락 귀신이 순식간에 훑어간 것이다
가로등이 비추니 한결 마음이 놓이지만
어느 순간에 살아 질 수도 있다
리어카 행상하는 힘 좋고 사람 순한 박씨 아저씨도
사실은 동네 엉큼한 과부의 수작酬酌이라 하고
휴지 박스 줍는 장 노인도
혼자 사는 할머니의 정분情分을 받아드려
봉변을 당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확인된 뒷말은 아니고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 안달이다
진즉에 골목에 씨씨 TV인가 뭔가를 달아야 하는데
휴 하고 골목을 빠져나온다.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표현의 기법이 살아 있습니다.
정건우님의 댓글

어두운 골목의 장삼이사들이 벌이는 삶의 지난한 다반사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