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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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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39회 작성일 23-01-06 16:39

본문

 살얼음


 정민기



 바로 옆까지 들러붙어서 잔기침을 쿨럭이는
 겨울바람에 살얼음으로 귀를 막은 저수지
 햇빛마저 살가운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던
 기억 한 잔도 없이 마셔버리고 으르렁거린다
 빈 나뭇가지에 어느새 주렁주렁 열린 참새 떼,
 음정이나 박자도 없이 하늘 물이 흐르고 있는지
 구름 물거품이 바라보는 눈가에 일렁거린다
 저녁노을 주저앉아 한숨 쉬는 서녘 하늘 아래
 살얼음이 눈치도 없이 차갑게 드러누워 있다
 날은 소한이라 아침부터 찬 그리움 서성거리고
 얼어붙은 도로에는 살얼음이 얼굴을 들이민다
 어디나 대접받지 못하고 문전 박대당하는 겨울
 낙엽은 조금이라도 천천히 말라비틀어지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바스락거리며 이내 구겨진다
 그대 오지 않아도 나무는 앙상한 손을 흔드는데
 하늘에 널린 철새 떼 남김없이 거둬들인다
 거침없는 몸부림으로 다가오는 겨울바람을
 마주하고 서서 씨름이라도 할 것 같은
 나무 한 그루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한줄기 눈물처럼 떨어지는 햇살이 온몸 휘감고
 포근한 마음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주고 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고흥》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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