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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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 정건우
아버지, 오늘은 영이 맑으신지
병실에서 나와 바라보시네
저 창 밖 깊은 계곡에, 구름이 내려앉은 능선에
바람이 부는지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에서 손짓하는 것들
양미간을 좁히고 조준하듯이 보고 계시네
옆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니
아버지는 이제 아버지를 한참이나 초월하신 도인이네
눈물이 그렇게 말하는데
저 이슬은 아마도 삼만 년 전 것일 듯
안개로 구름으로 비로 억겁을 떠돌다 지금은
다시 구름으로 저 능선에 앉은 것인데
아버지, 그것을 알아보시는지 우시네, 아니 웃으시네
삼 만 년 전, 그 웃음과 눈물의 경계마저 허무시네
저 손짓이 낯익은지 눈이 빛나네
당신 몸을 빌려 살았던
온갖 것들 소리가 저 계곡에 가득하네
아버지, 오늘은 영이 맑으시네
당신이 거느리신 영혼의 그늘 속에서
이슬도 초롱하네.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시심,
노장로님의 댓글

영이 맑다는 말을 요즘젊은이가 느낄수 있을까요,
시인의 영이 맑은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