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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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 / 정건우
남편이 없어 부끄럽다는 일흔아홉 된 안사돈과
서먹할 것도 없이 마주 앉아
밥을 같이 먹고 있는 나는
아버지를 병석에 고이고 온 죄 많은 지천명
두 살 아래 동생은
마침맞게 찾아온 어금니 치통으로 우물대고
달포 전에 가슴을 도린 제수 이마엔
좁쌀만 한 열꽃이 한쪽에서 바글바글하다
말씀 편히 하시지요
어데요, 그라는 법이 어느 세상에 있겠능교
아내는 구석에서 제수 다섯 언니들 손 만지기 바쁘고
도우미는 어여어여 잡수시라 부산도 하고
대욕 보셨니더
살림 난지 삼 년 카던데 내사 저 아래 알았니더
곯은 년 이리 끌안아 주시니, 내사
지금 죽어도 여한 없니더
한강수 타령이 그렁그렁 넘치는 점심때고
하늘은 차고 구름도 없어
먼 길 나서기에 다시 그만인 기가 막힌 날씬데.
댓글목록
노장로님의 댓글

우리가 사는 세상사가 모두 이렇습니다
그것도 허허롭게 살아야지요.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상견례 자리인 것처럼
참으로 단정한 시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