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역 2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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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역 2번 출구 / 정건우
계단 꼭대기에는 비 오고
철벅대며 내려오던 사람들 젖은 발바닥이
계단 중간 부근 평탄한 바닥에서
비가 왔었냐는 소리로 나를 스치고 내려간다
가출한 아들 휴대폰이 두 달 만에 보내온 위치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이곳
네 시간 반 전 포항에서,
중환자실에 혼을 놓은 어머니 메마른 가슴을 그어가던
모니터의 수많은 초록 입자들이
어둠을 수색하는 잠수함이 발사한 초음파처럼
병실을 급히 나서는 내 뒤통수를 때리고 반사되던 소리
바른 것은 힘이 세고,
사랑은 죽은 사람도 능히 살릴 수 있다고
떠드는 목청에 홀로 도취하면서
확신과 행동의 높낮이가 비상과 추락이라고 찍어다 붙이며
내가 핏대를 세울 때, 너는 말 한마디가 없었구나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느냐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경쾌한 파열음의 발소리도
이 지점을 지나면 철벅철벅 젖을 것이니
평평한 이 바닥에 도화지를 덮어 오가는 발길의 마음을
마블링으로 읽어보고 싶은, 이대역 2번 출구.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깊은 문장으로 빚으신 시심에서
그 넓은 안목이 느껴집니다.
홍수희님의 댓글

가출한 아들
중환자실의 어머니...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람 살아가는 일 .........풍랑의 바다를 건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잠시 파도가 잠잠할 때도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