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白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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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白夜 / 淸草배창호
솔가지에 걸려있는 저녁놀이
토담의 온기처럼 여울지는 그런 날,
땅거미 내려앉아 졸졸 돌 개천 얼음 아래
흐르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니
뼛속까지 후려치는 엄동嚴冬의 시련이
더욱 가난해지는 잰걸음 어이 달랠까마는
앙상한 가지마다 할퀴고 가는
산등성의 서슬 푸른 골바람,
아릿한 뒤안 대숲에는 스산한 냉소에
푸슬푸슬 한기에 주눅 든
세월의 한 장(場)을 쓸고 왔어도
다가올 일탈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하고 맑은 외로움조차
기억의 저편, 거칠은 들녘이지만
귀로에 들지 못하고 배회하는 낮달을 보고도
차마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그리움이 유장悠長한 벼늘로 두엄처럼 쌓이건만
불면의 밤은 겨우내 시리도록 하얗다
댓글목록
정건우님의 댓글

두엄처럼 쌓이는 벼늘,
오랜만에 접하는 말입니다 벼늘, 입에 촥촥 감깁니다^^. 참으로 좋습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앙상한 가지마다
할퀴고 가는
서슬 푸른 골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어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지요
인생은
불면의 밤 시리도록 하얀
그런 밤을 살고 있지 않나
그리 생각이 듭니다.
淸草배창호 시인님 감사합니다.
귀한 시어 그리고 섬세한 묘사로
현실을 보는 듯 느끼면서
귀한 작품에 머물다 갑니다.
따뜻한 겨울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그리움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사람은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오늘도 기나긴 불면의 밤을 하얗게 태우고
기어이 먼동이 밝아옵니다
마음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좋은 시 잘 감상하고 잠시 쉬어갑니다 시인님
淸草배창호님의 댓글의 댓글

고운 걸음으로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영순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