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북 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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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북 우체국 / 정건우
낮달을 등에 얹고 길을 건너는
할마시 오므라든 어깨가 강마른 폭포 같다
속절없이 벙글다 방울꽃으로 지던 세월은 오간데 없고
한 모숨 이른 봄볕이 저 잔등에서 애마른다
한 집 건너 한 집으로 결딴난 점방들
백주인데도 새벽 한기로 불어닥치는 괴괴한 바람
수상한 창틀에 집왕거미만 어정대는
포항시 북구 기북면, 소재지 한복판에 휑한 시골길
인근 숲속 풀에서 나온 달팽이가
나선은하처럼 휘돌아 꼬인 생애를 등에 지고 어르며
끈적끈적 어디로 가듯
길바닥을 맨 가슴으로 쓸어도 건너야 하는 세상
허리 굵은 며느리는 떠난 지 오래
고지서에 한 말씀하러 가시는 건지
듣고 싶은 한 소식 묻고자 가시는 건지
길 건너 전봇대에서 칠십 보를 더 올라가 왼쪽 골목에
기북 우체국.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포항 북구 기북면에 있는 우체국이군요.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점방이란 말이 귀에 쏙 들어오네요
예전 동해안 주변을 다니면서
시골 우체국에 들려 기념우표를 떨이하듯 사면
직원이 시원한 미소 짓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즐거운 설명절 보내시길 빕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시인님의 시를 읽고
옛 그 시절을 돌아 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