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일을 치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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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일을 치르다 / 노 장로 최 홍종
설 명절이 다가오니 이 성스러운 일이 머리를 띵하게 한다
년 전 추석명절 연휴의 고향 길 고속도로에는
겹겹이 차들이 빵빵거리며 부글부글 끓고
길을 포기한 마취중인 차들이 길에서 체념하고 주무신다.
한 치의 앞도 나가지 못하고 깊은 감옥 속을 헤맨다.
차에서 먹고 마시고 놀고 웃고 떠드는데
한 가지 곤란한,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답이 없다.
식구들은 지쳐 곤한 잠에 빠져있고
순간에 우수수 여인들이 떼 지어 나와
길옆 듬성듬성한 나무사이로 급히 뛰어 덜더니만
누가 있나 없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있어도 할 수 없고 보거나 말거나
풍만한 휘둥그러진 눈 깜짝할 사이에 방댕이를 훌렁 까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안도의 소방차 살수가 숨을 쉰다.
이 여인들 성스러운 일을 마음껏 치르고
아이 구 시원해라 합창을 한다.
재잘거리며 시치미를 딱 떼고 휘감고 나오는데
순간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고개를 숨기고
바로 눈앞에서 그녀들의 얼굴을 읽고 보고 말았으니
착실히 아름답게 오호라 쾌재라 정말 성스럽구나!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깊은 묘사처럼 계절도 깊어만 가네요.
안국훈님의 댓글

살며 잘 먹고 잘 배설하기만 해도
건강한 삶을 산다고 하지요
시원한 배설의 기쁨은
오래 참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지 싶습니다
즐거운 설명절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