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way out 노 웨이 아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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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나갈 길이 없다 / 노장로 최 홍종
진작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다
돌담 골목을 지나 빌딩 숲속의 눈眼 속을 헤치면서
마차를 힘껏 채찍으로 말 엉덩이를 후려친다
결국 말똥가리의 삶이 이런 것인데
썩고 묵혀야 숨 쉴 사이도 용납하지 않고 몰아 부친다
전진이다 파도는 점점 거세고 굴곡도 용틀임이라도 하는 것같이 아름답다
넘어질 것 같지만 그런 나약한 나는 아니다
구조대가 꼭 구조가 필요하냐고 항의가 거세다
지금은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못 알아들으니
그렇다고 그만 포기할 수는 없다
어쩔 도리는 희박하다
무슨 수를 찾더라도 나가는 길목만 찾으면
아니지 버스 종점이나 택시 승강장이 있으면
파란 하늘에 은하수 별들이 유유히 흐르고
찾으려고 찾아도 앞이 오리무중인데
저 멀리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버스기사가
돈 통을 쩔렁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그렇게 아내가 말려도 담배는 못 끊고
담배연기가 안개가 되어 앞을 가리고
꿈속을 헤매듯이 순식간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다 외할머니 댁으로 가는 오솔길이 보인다.
이제야 살았구나
안도의 호흡이 긴 아픔이 되었다
다리는 천근같이 무겁고 호흡은 점점 거칠게 몰아치는데
설상가상으로 뒤도 마렵다 이젠 찾아야 할 곳이 하나 더 생겼다
언제 몰려왔는지 결혼자금으로 선이자 떼고 대출받은
채권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안개가 걷히고 자세히 보니 내가 길을 잘못 들었다
사정해도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이미 기일이 지났다고 씨알도 먹지 않는다
그렇지 죽어도 살아날 구멍이 있지
닭 쫓아 추격하던 똥개 한 마리 앞을 스친다.
그렇지 따라가면 되겠지 나의 막연한 희망은 끝이 보인다.
우리 집 가는 길이 보인다. 이젠 살았다.
웬 걸 이길 아니잖아....길을 잘못 들었다.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잘 우러난 깊은 시심,
군더더기 없이 잘 걸러졌습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길을 가다 보면 잘못된 길을 가게 될 때가
종종 있기 마련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누구는 얼른 새로운 길을 찾지만
누구는 미로 같은 곳에서 사뭇 헤매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설연휴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