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짱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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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장아찌 / 노장로 최 홍종
뙤약볕에 발버둥 치며
햇볕 놀이에 정신이 팔린 여린 친구는
누구의 희생인지 말 못하는
선택받은 기구한 삶이다
싹뚝 싹뚝 짤려 수족도 잃고
누린 내음 엉큼한 스스로 눈 돌리는
늙은 여자의 음부 같은 그 밑에서
허리는 개미허리 꼼짝없이 묶인 채
찍 외마디 소리도 못 지르고
숨죽이며 참고 병신팔자 원망하며 세월 보낸다.
얇은 육신은 깡그리 말라 핏줄이 검붉게 보이고
큰언니 시집간 설움에 짠지란 면목으로
외롭고 쓸쓸히 희생을 바친다.
그래도 오빠 언니의 보리밥 도시락에
그 말 못할 서러움을 깡그리 잊고
마지막 활개를 치며 가슴 한번 다짐하며 숨을 고르고
그 정성을 알아 줄날 긴 머리를 뽑으며
원망도 지겨운 짜디짠 흐린 시야를 달랜다.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표현이 살아 숨 쉬는 시입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 된장에 넣어 만든 깻잎 장아찌
그 맛을 잊지 못하지만
요즘엔 좀체 그런 장아찌를 먹을 수 없습니다
다시 한파 찾아왔지만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길 빕니다~^^
정건우님의 댓글

눈물만큼 짠 장아찌라서 뒷맛이 달고 개운한가 봅니다.
계묘년에도 더욱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