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을 켜 들고 서 있는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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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88회 작성일 23-01-24 14:47본문
가로등을 켜 들고 서 있는 한파
정민기
뒷골목과 어울리는 깡패처럼 눈을 부라리며
밤늦어도 가로등을 켜 들고 서 있는 한파
귤빛 나는 서러움으로 얼음을 꽁꽁 덮고
오늘은 몸이 아프다고, 햇빛 드리우며
낚시질하는 사람을 문전 박대하는 저수지
부록에도 기록되지 않을 역사가 꿈틀거린다
찬 바람에 발목 잡힐 일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데
개가 물고 사라진 슬리퍼 한 짝처럼 개집 위에 떠 있는
잔뜩 겁을 먹은 것처럼 웅크린 달을 보고 있다
건조한 날씨는 지루할 정도로 계속되고
사과 한 알처럼 머리를 굴리며
골똘히 생각에 반쯤 잠겨 으스스 떨리는 겨울날이다
가뭄이라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 어둠이
거리를 노래하듯 경쾌하게 흐르느라 정신없다
너에게 가는 길목에 차갑게 서서
앙상한 빈손을 처량하게 흔드는 나무 한 그루
즐겁지 않아도 즐거움을 꼭꼭 씹어 먹고
슬프지 않아도 슬픔을 꼭꼭 씹어 먹고
비 오는 날에 밤하늘이 되어 달을 한 알 삼킨다
고독하더라도 나는 폭탄처럼 터지지 말자는
화석처럼 단단히 굳은 각오가 한 장 구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다
한파라서 춥긴 해도 지난 추억 한 잔 마시며
차가운 바람의 외마디 소리 음악처럼 듣고 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고흥》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정민기
뒷골목과 어울리는 깡패처럼 눈을 부라리며
밤늦어도 가로등을 켜 들고 서 있는 한파
귤빛 나는 서러움으로 얼음을 꽁꽁 덮고
오늘은 몸이 아프다고, 햇빛 드리우며
낚시질하는 사람을 문전 박대하는 저수지
부록에도 기록되지 않을 역사가 꿈틀거린다
찬 바람에 발목 잡힐 일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데
개가 물고 사라진 슬리퍼 한 짝처럼 개집 위에 떠 있는
잔뜩 겁을 먹은 것처럼 웅크린 달을 보고 있다
건조한 날씨는 지루할 정도로 계속되고
사과 한 알처럼 머리를 굴리며
골똘히 생각에 반쯤 잠겨 으스스 떨리는 겨울날이다
가뭄이라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 어둠이
거리를 노래하듯 경쾌하게 흐르느라 정신없다
너에게 가는 길목에 차갑게 서서
앙상한 빈손을 처량하게 흔드는 나무 한 그루
즐겁지 않아도 즐거움을 꼭꼭 씹어 먹고
슬프지 않아도 슬픔을 꼭꼭 씹어 먹고
비 오는 날에 밤하늘이 되어 달을 한 알 삼킨다
고독하더라도 나는 폭탄처럼 터지지 말자는
화석처럼 단단히 굳은 각오가 한 장 구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다
한파라서 춥긴 해도 지난 추억 한 잔 마시며
차가운 바람의 외마디 소리 음악처럼 듣고 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고흥》 등, 동시집 《꽃잎 발자국》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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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노장로님의 댓글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내일날씨가 마치 눈을 부라리고
가로등을 들고 할려면 해보라는 몹쓸녀석같습니다
표현이 멋이 있네요.
설 명절 잘지냈나요?
정민기시인님의 댓글의 댓글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시인은 언어의 연금술사란 말이 있습니다.
연금술사가 약물을 이것저것 섞어보듯
시인도 하나의 언어에 다른 언어를 섞어
자신만의 표현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언어 말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올 겨울 중 가장 춥다는 하루가
찾아왔지만
늘 아무 말 없는 가로등은
밤새 그 자리 묵묵히 지키고 있습니다
고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정민기시인님의 댓글의 댓글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