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解憂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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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解憂所 / 노장로 최 홍종
시름시름 앓다 간다 온다 말도 없이 먼저 간 할멈
약 한 첨 써 보지도 못하고 먼저 보낸 딸년
제 어미 젖 빨지 못해 동냥젖 얻어 먹인 큰 놈
모두 모두 옛날옛날 어이없는 얘기
이 자리에 앉으면 이 생각 저 생각
인정 없이 몰려오는 이 우울한 괴로움
근심 걱정 풀러 앉은 눈치도 코치도 없는 자리에
설움만 시름만 쌓이고 쌓이는 구나
물 떠와서 기다리는 동자승이 밖에서
고함지르는 재촉의 원한이 억지로 분통이 터져 나와
한시름 풀고 나니 세상도 내 것 인냥
막힌 담 아픈 설움
힘주어 스스로 위로하고
휴 하고 한숨 쉬며 묵직한 놈 내 뱉으니
인제 살 것 같네.
별로 넣은 것도 없는데, 육실한 놈 꾸역구역 나온다고
어차피 세상살이 매고 풀고 지고 내리고
무거운 짐 지었으면 능력 따라 내려 주고
과분한 짐 맡았으면 미련 없이 넘겨주고
오늘 세상 짐 지고 내일 풀면 되겠거니.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깊은 시심 감상합니다.
정건우님의 댓글

예, 그 자리야 말로 좌선하는 자리가 맞는가 봅니다.
어느날 뜬금없이 가와바다 야스나리 설국을 그 자리에서 몇십 년 만에 독파했을 정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