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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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꿩
ㅡ 이 원 문 ㅡ
시절의 겨울
그 시절의 겨울
쌓은 짚단 양지에 앉아
앞 산 자락 바라보노라면
비탈 밭 하얀히 내린 눈에 덮혀 있고
때 찾아 오는 꿩 먹이 찾는다
두 서너마리 여기 저기
무엇을 먹고 먹을 것이 어디에 있나
덤불 헤쳐 보아야 아무 것도 없는데
기슭 찾아 오르면 그나마 찔레 열매
또 다른 열매 무엇을 따 먹을까
점심 나절 해 기울면 꼭 찾아 내려온다
부족 했던 시절
고기 먹고 싶은 시절
꿩에게는 미안한 마음
저 꿩을 잡으면 저녁 한 끼니는 거뜬히
어떻게 저 꿩을 무엇으로 잡을까
조상에게 배운 지혜 흰 콩이나 좀 준비할까
저녁 먹은 초저녁 밤
화롯불 가득 담아 놓고
등잔불 밑 양초농 녹아 내리는 저녁
두드린 못으로 뚫어낸 다음
뚫어낸 그 자리에 싸이나(청산가리)로 꼭꼭 채운 다음
녹은 촛농으로 살짝 덮어 꿩의 먹이로 유혹한다
내일은 싸이나(청산가리) 놓는 날
배고픈 꿩 어느 꿩이 그 콩을 먹을까
밭 자락에 돌멩이 주워 여기 저기 올려 놓으면
햇 꿩은 쪼아 먹고 그 자리에서 눈을 감는데
묵은 꿩은 요리조리 굴려 보며 절대 안 먹는다
더러는 어쩌다 눈먼 꿩이 먹고 안녕
이 모두 지혜와 의심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배우지도 않은 묵은 꿩의 지혜일까
무엇을 알고 모를 먹이의 유혹을 뿌리쳤나
경험 아닌 지혜의 묵은 꿩 먹고 싶었을 것인데
모두는 묵은 꿩만이 아는 세상 살이의 지혜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에 고향에 가면
여기저기 그리 많던 꿩들이
요즘엔 좀체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어지는 한파지만
마음 따뜻한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