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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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 정건우
화장실 휴지통에 대충 뭉쳐서 버려진 생리대
비명에 절어 문드러진 검붉은 피가
오금 저리게 낭자하다
어떤 생각으로 아내는 한 생을 깊이 아파했었던
저 비린 것을 귀퉁이에 구겨 넣었을까
머리에서 발끝까지
구석구석에서 펄떡거리다가
골수처럼 농축된 이 뻑뻑한 목숨의 침전물을
망설임 없이 용도폐기했을까
문드러진 저 핏속에서 내가 나왔다
시뻘겋던 저 피를 그리워하면서 내가 죽을 것이다
생명의 숨결이 어른거리는
신전神殿보다 만 곱절이나 성스러운 자궁의 벽을
선홍빛으로 휘돌며 뭉근했을 저 피
서늘히 달뜨는 가슴을 들어내 너를 덮는다.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시적 이미지가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생명의 원천에서
만나는 아련한 붉은 피
언제나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지 싶습니다
이어지는 한파지만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노장로님의 댓글

이 피를 은근히 찬양하는 시인의 심경이 짐작이갑니다.
나이가 먹어가는 증거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