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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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 정건우
나는 몹시도 속이 상해서
앞주머니에 양손을 묻고 눈 감은 채로 한동안 있었다
그때, 감정이 조금 누그러져 눈을 떴을 때
통통하게 살찐 비둘기 몇 마리가
벤치 주변에서 종종거리는 게 보였다
한데 둘러보니, 공원의 비둘기란 비둘기가 모두 몰려온 듯
앞쪽에서 빈 입질로 시위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내 침묵을 무상보시 직전, 긴장 증폭의 동기 유발로 간파하고
깊은 주머니에 옥수수나 씨앗이 넘치게 있음을 알고
손을 빼는 순간, 가서 쫄 지점까지 산정하여
재고 있는, 저 모가지 시퍼런 날짐승들
빈 손이라 진정 미안하다고 나직이 중얼거리자
맨 앞쪽 한 마리가 야멸차게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수십 마리가 공원 밖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허탕 침묵과 전무한 희망을 동시에 감득한 비둘기들
공원엔 나 혼자만 남아 있었다.
댓글목록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허탕 침묵과,
전무한 희망을 깨달은 비둘기가 영악합니다
공원의 비둘기에게서도 作詩를 하셨습니다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무리 짓는 비둘기의 외톨이인 듯 애잔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보다 확연하게
공원의 비둘기 개체수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길고양이들 때문인지
해조류로 정한 탓인지 잘 모르지만...
오늘 하루도 행복한 날 보내시길 빕니다~^^
노장로님의 댓글

동네에 고양이 사랑하는 어느 처자가 욕을 먹으면서
고양이 식량을 갖다두었는데 고양이는 없고
동네에 비둘기들만 제 세상이되었네욯ㅎㅎㅎ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