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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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93회 작성일 23-02-02 17:08본문
어머니의 보름
ㅡ 이 원 문 ㅡ
명절 기다린 섣달도
정월 초하루에 이 보름도
보름 명절 지나면 팔월이 언제 올까
휭하니 빈 집 된 썰렁한 이 집
내일 모레 열 나흘 날 마실꾼이나 모이려나
그때 되면 양푼에다 밥이나 좀 비벼 먹어야지
작년 봄에 뜯어 말린 취나물에다
말린 애호박에 가지 말림 또 뭐 있나 엮어 매단 시래기
짜 놓은 들기름이라 묵은 고추장은 독으로 반 독 있고
고추 튀각이나 만들어 놓을까
김치는 나박김치가 있으니 고구마나 쪄 놓고
오곡밥이라 하니 이것 저것 물에 담가 놓으면 되겠지
팥은 미리 삶아 소쿠리에 받쳐 놓고
마실꾼들이 뭐나 좀 들고 올려는지
화롯불이나 가득 담아 놓고 기다려야겠다
아 또 있지 설에 먹다 남은 막걸리나 좀 낼까
그러면 이야기가 하루 종일 오고 갈텐데
친정 자랑 시댁 식구 흉 뭔 이야기는 안 나올까
그 여편네 오면 하소연도 들어주고
망할 것들 없다고 무시 당하는 여편네인데
이제 사나흘 남은 보름
보름달 둥그런히 동산에 떠 오를 것인데
늙은 친정에 친정 식구들도 바라보겠지
이 집 식구의 나도 바라보며 소원 빌고
오늘도 이 생각 저 생각에 하루가 다 가는구나
댓글목록
정건우님의 댓글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면 이야기가 하루 종일 오고 갈텐데,
이 대목에서 목이 탁 메이는군요.
하영순님의 댓글
하영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월 대보름이 큰 명절이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언제가 보름인지 잊고 있었습니다 이원문 시인님 덕에 달력을 처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