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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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 정건우
아파트 단지를 또 넓히겠다고
나무를 죄다 베어 젖힌 야산을 내려다보니
움실대는 깻망아지 같은 저 물건이 참으로 한심하다
저게 산이었어?
그럼 운동장인 줄 알았나?
나무 없으면 흙무더기지 산은 무슨 얼어 죽을
나는 무릎을 쳤다
화사했던 오솔길도 나무가 만들었던 것
바람은 나무의 결을 따라 시시각각 마음을 바꿔 불어왔고
나무와 바람, 그 촘촘한 사이사이에서
온갖 살아있는 것들이 저들 방식으로 긴밀하게 내통했고
그러는 동안 산은 덩달아 푼푼했던 것
아이더, 블랙야크로 무장한 몇몇이 파헤친 능선을 오른다
저거 등산하는 거야?
애매하긴 하네요
저런 걸 보고 유격이라 한다고, 유격훈련
맞네 맞아, 아내가 손뼉을 친다.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깊은 겨울밤 같은 시심입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인구가 줄어도 집이 모자란다니 대구는 빈집이 많습니다
정건우 시인님
노장로님의 댓글

아파트가 깔고 뭉갠 이버지의 그땅을 누가 찿아줄수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