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의 가슴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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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의 가슴앓이 / 노 장로 최홍종
남이 들으면 혼자 애태우다
염치없고 속없는 말인 것 같은데
혼자 끙끙대다가 하는 말이니 들어 주세요
머리가 무겁고 아프고 지근지근 합니다
그나마 까마귀가 집을 지어 똥이나 갈기고
게을러 머리를 못 감아 생긴 게 아니고
복잡하게 얽히고설키어 우간다인 머리칼 같으니
옛날보다 오고가는 선이 아주 정신이 없어요.
허리에 무거운 쇳덩이를 두 개 세 개씩 짊어지고
이것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는 몰라도
자주 짊어진 것이 터져 주변 아파트
동네가 정전이 되어 온천지가 깜깜해요
또 죽을 맛이 있어요.
놀러 나온 개들이 나의 다리에
코를 흠흠하다 다리를 치켜들고 찔끔 갈기고
큰 것 하고 얌체 주인은 모른척하고 가버리니...
그래도 우리가 못살고 힘들 땐 낭만이 있었어요.
젊고 꿈 많은 시절엔 재미도 있고 즐거웠어요.
밤늦게 사랑하는 청춘들이
나의 가로등 불빛아래 속삭임 그 로멘스
볼수록 즐겁고 나도 기쁘고 전봇대도 할 만했는데....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전봇대'나 사람이나 '가슴앓이'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건우님의 댓글

실감나네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이 시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