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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注油하는 女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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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424회 작성일 23-02-04 20:11

본문

주유注油하는 女人 / 정건우


대로변의 주유소 낯빛은 희끄무레하고

주유기 호스의 뒤숭숭한 기름내가

천장에 매달린 나트륨등 밑에서 거무스름하다

졸린 눈 깜빡대며 우회전으로 꺾은 아침 다섯 시

오줌 누다 들킨 듯이 화들짝 놀라며

주섬주섬 부스에서 나오는 여인

여기서 밤새우는 내력이 아직도 궁금한데

두 시간 일찍 온 얼굴, 근심 깊은 눈빛으로 여인이 담는다

한 달에 꼭 네 번씩 이 년간 아흔여섯 번

정부情婦의 거실에 들어서듯 일곱 시에 여길 찾았지

오늘 아침 두 시간 당겨진 인연 앞에서

아아, 패랭이꽃처럼 하늘하늘 가벼워지는 여인

넥타이는 한 달 전 것인데, 부산 출장?

담배 제발 줄이시고, 삼백 미터 암반수 자주 드시고

요요, 속살 같은 물티슈로 입술 훔쳐 깔끔하게 다니시라며

됐대도 막무가내로 챙겨주는 여인

지금 이후 행방도 모르는 이 여인이 왜 가끔씩

내 마누라와 헷갈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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