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注油하는 女人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주유注油하는 女人 / 정건우
대로변의 주유소 낯빛은 희끄무레하고
주유기 호스의 뒤숭숭한 기름내가
천장에 매달린 나트륨등 밑에서 거무스름하다
졸린 눈 깜빡대며 우회전으로 꺾은 아침 다섯 시
오줌 누다 들킨 듯이 화들짝 놀라며
주섬주섬 부스에서 나오는 여인
여기서 밤새우는 내력이 아직도 궁금한데
두 시간 일찍 온 얼굴, 근심 깊은 눈빛으로 여인이 담는다
한 달에 꼭 네 번씩 이 년간 아흔여섯 번
정부情婦의 거실에 들어서듯 일곱 시에 여길 찾았지
오늘 아침 두 시간 당겨진 인연 앞에서
아아, 패랭이꽃처럼 하늘하늘 가벼워지는 여인
넥타이는 한 달 전 것인데, 부산 출장?
담배 제발 줄이시고, 삼백 미터 암반수 자주 드시고
요요, 속살 같은 물티슈로 입술 훔쳐 깔끔하게 다니시라며
됐대도 막무가내로 챙겨주는 여인
지금 이후 행방도 모르는 이 여인이 왜 가끔씩
내 마누라와 헷갈리는지.
댓글목록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깊은 표현의 문장이 깔끔합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아름다운 꽃을 보셨나 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예, 이원문 시인님. 2년 간 무언의 정이 들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