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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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투정
ㅡ 이 원 문 ㅡ
해 질녘 저녁 밥상
사발마다 담긴 반찬
날마다 그 반찬이고
짠지에 된장찌게 그 반찬도 물린다
비린 것 없는 보릿고개의 밥상
쇠 그릇이라고는 아껴둔 놋 그릇만
누가 아는 그날의 쇠 그릇 없던 그 시절인가
보름 며칠에 접어든 보릿고개
서로 보는 밥 사발에 누구의 것이 고봉이고
쌀밥은 어디에 누구의 밥에 더 섞였나
꽁보리밥이라도 더 먹었으면
엄마 밥줘 내 밥이 적어 날마다 보리밥만
밥 한 숟가락에 싸웠던 형제들
고기 반찬 생선 반찬을 어디에서 구경 할까
김치 죽 콩나물 죽에 주눅 드는 밤
한나절 배고픔을 묻은 무로 채웠고
반찬 투정에 밥 많이 달라 모자랐던 밥
얻어온 옥양목 치마폭의 밥 그 밥이 누구의 것일까
어머니의 가슴에 못 박느라 보채는 우리들
들볶였던 어머니 옷 한 벌 못 얻어 입고
그렇게 그렇게 우리의 곁을 떠나셨다
댓글목록
정건우님의 댓글

희한합니다. 오늘 저녁 콩나물 죽을 먹었고,
지금 후식으로 무를 잘라 먹으며 이 시를 보고 있습니다.
짠지라는 말이 참 반갑네요.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에는 콩나물국
김치찌개만 있어도 감사할 일인데
요즘엔 풍성한 밥상에도
아이들은 반찬 투정하며 제대로 먹지 않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시인님의 시를 읽으니 옛생각이 나고 애처러운 모습이 떠올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