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이 지나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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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이 지나간 자리 / 정건우
비 그치고, 화단에서 등을 말리던 지렁이가
어딘가로 가고 있다
진흙 한쪽에 적적한 저 유연한 선회의 흔적
다시 어둠으로 가고 있는 지렁이
화사한 햇살 속, 한 오리 실 같은 그늘의 선을
온몸으로 지우며 가고 있다
축축한 슬픔의 저쪽
살아 있거나, 살아간 것들이 애타게 찾았던
나직한 연민의 방향
순간에도 머물지 않았던 목숨이
지난했던 발길로 표시해 두었던 생의 좌표
흐르고 변하는 것들 속에서
남겨진 시간의 흔적은 저리도 쨍하구나
아버지가 생전에 자주 오셨던 포항역 벤치에
뜻 없이 앉아본 오늘
눈물로 번지는 기적소리 같구나.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비 개인 후 지렁이가 보인다는 것 지역입니다
정건우 시인님
정민기시인님의 댓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묘사!
예향도지현님의 댓글

지렁이는 토룡이라고도 하더군요
인생이란 것은 부모와 자식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라 가는 것 아닐까요?
오늘도 귀한 작품에 함께합니다
오는 봄을 즐기시는 하루 되십시오^^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生이 지나간 자리는
미물이나
사람이나 매일반인 것 같군요
홍수희님의 댓글

생이 지나간 자리.........
눅눅한 쓸쓸함만 있는 것이 아니면 좋겠는데
참..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문득,,, 생이 지나간 자리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생의 흔적이 며칠이나 남을까요
며칠의 그 흔적 그것이 생인가 봅니다
결코 긴 인생도 아니면서요
잠든 날 빼고나면 그 시간이 생인 것을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