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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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97회 작성일 23-02-10 16:50본문
원주터미널 / 정건우
나는 올라가고 너는 내려와서 만난 터미널에는
바람비가 내린다
대합실의 사람들 삼 분만 눈감고 몰라준다면
널 보듬고 잠시 울으리
칙칙한 대합실, 자글자글 끓던 낡은 필름이
정전처럼 끊어지고 이십오 년 뒤
응급차 왕왕 대며 다시 도는 화면 속에
흐느끼기 바로 직전의 표정으로 서 있는 너
이름 부르지 않아도 너를 어찌하랴
피부가 탄력을 잃었어도
마스카라 진하게 바르는 그 버릇을 어찌하랴
새삼스레 묻는 게 지난날이다
어떻게 살았느냐니, 뭐 그냥, 그냥
버리려고 뒤지던 서류뭉치 속 오랜 시험지에 틀린 답처럼
별것 아니라며 웃는 게 지난날이다
장난삼아 묻는데 약속도 없었던 시간이 또 흘러가서
서로 혼자 있게 됐을 때, 그땐 날 불러달라고
그리하세 이 사람아, 그게 뭐 대수냐
그때는 새벽에 와서 둘러업어 데리고 가지
쓰게 웃고 또다시 널 떠나보내는
원주터미널.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시,
흐르는 시심이 맑습니다.
노장로님의 댓글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당신의 시심은 전국을 누비고
우리의 마음에 예쁜 수를 놓고
미련도 아픔도 없이 냉큼 울음만 삼키고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