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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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81회 작성일 23-02-13 10:10본문
통곡 / 정건우
아랫배 단전 부근 어딘가 깊은 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알았다
등을 활처럼 휜 채 나를 받치고 있는 그것은
깊숙이 내 심지에 간여하고 있다
내 발목을 동아줄로 묶어 놓고는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는 나를 잡아당겨 제압하고
낙심해서 치를 떨고 가라앉으면
줄을 잡아채는 서슬에 소스라친 내가
튕기어 올라 멀쩡하게 돌아가는 걸 관찰한다
날 어르며 팽팽한 손맛을 즐기는 그와
마흔이 넘어서 인사하게 되었다
말없이 살던 내가 말 없다는 이유로 세상에 치이던 어느 날
갑자기 아랫배가 꾸물거렸다
둔중하던 그 등이 쪼개지면서 벌어진 틈새로
진한 골수가 생리대 피처럼 번지는데,
오스스 소름이 돋는 아랫배를 휘감아 비틀며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이게 무어냐
숨길이 턱턱 막히게 구멍이란 구멍을 틀어막고
오장육부를 뒤섞으며 죽일 듯이
장맛비에 둑을 터뜨린 강물로 올라오는, 이게 무어냐
그러다 가슴까지 와서 그 물이 한꺼번에 불덩어리로 번지더니
숨 막혀 죽기 직전에 화산처럼 목구멍으로 터져나간 이것은
울음이더냐
마흔이 넘어 비로소 나는 오열한다
내 생의 한복판에 서 있는 그도 어쩔 수 없는
안쓰러움에 울음 운다
갈매나무 가지마다 그 정하다는,
백설의 서늘함으로 올곧을 수 있기를 채근하며
드맑게 삼켜온 숨결이 가라앉아
척수에 닿길 바랬던 눈꽃 같은 침전에 목놓는다
삼백예순날을 마냥 울 수 없기에
갈라진 그 등에 얼굴 박고 엉겨 들어
다만 오늘 통곡한다.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쿡쿡, 정곡을 찌르듯
아린 기운이 스며듭니다.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졸 시를 깊게 봐주셔서 고밉습니다.
湖月님의 댓글
湖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의 통곡
여기까지 들려 옵니다
진정한 울음뒤에 숨긴 아픔을 맛봅니다
시인을 잡아채는 그무엇 숨길을 막고 죽일듯이
채근하는 그무엇 ........!
당해본 사람은 알지요.
날마다 고뇌로 익은 글 감사합니다......^^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 시인님.
건강하시리라 믿습니다. 자주 뵈었으면 좋겠네요.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만 오늘 통곡한다.
시인님의 간곡한 통곡 제 가슴을 울립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김덕성 시인님.
모쪼록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이제야 저도 코로나 백신 후유증으로부터 벗어나는가 싶습니다.
그래도 아주 조심하고 있습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노라니 어쩌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눈물에서
그렇게 한이 묻어나는 줄 모른 채 살았지 싶습니다
얼른 백신 후유증에서 벗어나시어
오늘 하루도 즐거운 날 보내시길 빕니다~^^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합니다. 많이 나았습니다.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물을 모르는 삶을
어찌 ,
生이라 하오리까~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합니다.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