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을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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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08회 작성일 23-02-17 15:07본문
돼지국밥을 먹으면서 / 노장로 최 홍종
입 떼는 것이 쉽지 않고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아
침묵의 아픈 살점 돼지수육을 서걱서걱 씹으면서
돼지 머리가 휘둥그레 비웃고 나를 쳐다봐
정구지 트림도 새우젓 짠 냄새도 숨죽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분과 마주앉았는데
유령인지 사람인지 허울의 껍질을 벗고
내 앞에 소리 없이 국물을 훌쩍거린다.
이토록 끈질긴 생명이 지금까지 참고 견딜 것이라고
아예 처음부터 예상도 꿈에도 없었는데
한마디 말이라도 하며 뜻을 전해야한다고
엄숙한 선언이라도 하는 것처럼
시골 오일장 큰 가마솥 국밥집에 마주앉았다
장터의 장사꾼 아귀다툼 소리가 한동안 멎자
나는 말문을 열어 뜻을 전하며
돼지국밥을 서글프게 콧물 흘리며
듣는 둥 만 둥 게거품을 물고 게걸스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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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절은 어느덧
겨울의 끄트머리 국밥을 내놓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