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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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97회 작성일 23-02-17 20:22본문
가도상회 / 정건우
어떻게 돼먹은 빌어먹을 사과가
난리통에 다리 밑에서 낳은 계집애처럼
간장 종지만 한 모타리에 칠칠찮게 병이 많은지
성깔은 더러워서
큰 비 몇 방울에도 낙상을 하는지
들입다 대가리를 처박고 짓물러지는지
강원도 양구군 중앙시장 안쪽에 칙칙한 가도상회
불 꺼진 골목처럼 처량하게 쌓아놓은
사과 궤짝 아래에 또 궤짝을 깔고 앉은 소녀
왕겨 속 사과를 목장갑으로 문대며
경상도 말투로 구시렁대던 저 아이가
열여섯 살 내 동기라 했다
홍옥마냥 시뻘건 립스틱을 바르고 동창회에 나온 소녀
사십 년 묵은 사과향기를 기침으로 토하며
꼭지를 따듯 말한다
많이 아팠다
남편은 진작에 먼 곳으로 갔다
다니러 오던 길에 소식 듣고 왔다
새콤하고 아삭아삭한 인생은 바다를 건너도 없더라.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과' 한 알 같은 포근한 시심,
요즘 시집을 주로 출간하다가 오랜만에 동시집을 출간하였는데,
이전 동시집에 문근영 시인께서 몇 번
뒤표지에 추천사를 남겨 주셨습니다. 최근에 온라인 서점에서 어떤 동시집을 주문하였는데,
문근영 시인께서 그림을 그리셨더라고요. 시, 동시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기도 좋아하신다고 프로필에 기재되어 있어서
이번 동시집에는 앞표지, 뒤표지에 그림을 부탁드렸습니다.
이달 말쯤이나, 다음 달 초쯤에 일부 온라인서점에 입점하며,
국립중앙도서관에 2권 납본되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비치되며
전국 초중고 도서관, 국공립 도서관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하, 그런 기분 좋은 일이 있었네요.
모쪼록 독자들의 사랑을 듬쁙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노장로님의 댓글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도상회는 모서리에 위치한 일본말로 가도이지요
그런데 숱한얘기들을 쏟이내 놓았지요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 최홍종 시인님.
초등학교 동창 얘긴데, 미국 이민 가서 잘 살고 있다니 다행이지요.
목장갑 낀 채로 홍옥 사과를 먹으라고 주던 그 손길, 잊지 못합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
아름다운 그림 한 폭 감상 하고 갑니다
사람 앞에 놓여 있는 인생 길 그 길을 누가 알겠어요
그것이 운명이라 하지 않던가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