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위에 앉은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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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위에 앉은 라이더 / 노장로 최 홍종
대포 총알 같은 망원렌즈가 겁도 없이 사진기를 매고
삼각대는 끙끙 동네를 흠흠 거리며 들어가면
솟대가 내려다보며 거만한 인사를 넙죽 절하고.
저것이 뭔가 무슨 삐쩍 마른 친구가 양팔을 벌리고
아는 채를 하니
카메라가 겸연쩍어 부끄럽다
심상치 않다 이 친구는 넉살이 좋고
온종일 서서 관찰이 자기 일이지만 서서있을 때나
낮잠을 부러워 할 때도 동네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지킴이 수행을 전혀 호출을 꿈꾸며 시치미를 딱 멈추고
장승도 함께 이 친구를 붙잡는다.
생각도 없이 구멍만 듬성듬성 뚫었는가 했는데
쏟아져 나오는 쉰 웃음소리가
어디선가 뱃고동같이 연신 부우웅
배는 시간에 맞추어 출항하고 부르면 금방 달려가
고객은 음식이 어쩌구 저쩌구 늦장이냐고 트집이지만
이런 호통도 한번 두번 들으면 내색도 하지 않고
솟대위에 앉은 참새는 전혀 알은척도 하지 않고
엉거주춤 미안하고 약싹 빠르게 고개만 끄덕이면
뒷머리가 당기고 다리는 무거워도 솟대에 앉아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깊은 시심의 언덕에서
우러러보는 느낌입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희망을 담아 높이 세운 솟대를 보면
멀리 바라보며
누군가를 어쩌면 희망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다시 쌀쌀해진 날씨 속에
그나마 미세먼지가 사라져서 그나마 다행이지 싶습니다~^^